<aside> 💡 다음 글은 세계문학전집 394번 <케이크와 맥주>를 추천하는 편집자의 레터입니다. 해외문학팀에서 <아우라>를 이어 야심차게 꼽아주신 ‘공원에 누워 읽고 싶은 책’! <케이크와 맥주>의 매력, 함께 읽어 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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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해외문학팀 이정화 편집자입니다.
꽃도 피고 햇살도 따듯하고~ 이런 날 밖으로 아니 나갈 수가 없지요. 푸릇푸릇한 풀 보러 공원에 가거나 일렁이는 물 보러 강변에 갈 때 옆구리에 딱 끼고 가기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할까 해요. 바로 서머싯 몸의 **『케이크와 맥주』**입니다.
케이크와 맥주라니, 제목부터 식욕이 돋워지지요. :)
우리에겐 『달과 6펜스』로 잘 알려진 서머싯 몸이 작가로서의 원숙기에 접어든 1930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당시 문단의 내막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데다 등장인물이 유명 인사와 유사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 풍자 소설이에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장 소설가의 실제 모델로 『테스』를 쓴 토머스 하디가 지목되기도 했어요. 잉글랜드 남부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든가, 맥주를 좋아한다는 점, 아이의 죽음과 관련한 장면으로 인해 금서 초지가 된 이력이 작품 속 인물과 겹치기 때문이었죠.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어셴든은 거장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게 된 동료 작가 앨로이로부터 그에 관한 정보를 알려 달라는 청을 받아요. 무명 시절부터 드리필드와 친분이 있었던 어셴든은 젊은 시절 패기와 열정이 넘치던 드리필드와 그의 첫 번째 부인인 로지를 회상하지요. ‘케이크와 맥주’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이 작품의 주요한 테마는 삶의 유희와 쾌락입니다. 서머싯 몸은 평소 **‘쾌락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쾌락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관념과 도덕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걸 경계했어요. 실제로 드리필드는 건강한 삶의 유희를 간직한 로지가 그의 곁을 떠나고, 설상가상 후견인을 자처하는 트래퍼드 부인이 그를 구속하면서, 작가로서는 성공하지만 삶에서는 점점 생기와 개성을 잃어가지요.
『케이크와 맥주』는 작가 스스로 밝히듯, 몸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인간의 굴레에서』(1915)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에요. 『인간의 굴레에서』가 정념에 의한 인간의 내적 예속을 다루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한 작가의 생애를 통해 인간을 구속하는 외적 요인, 사회적 굴레에 초점을 맞추지요. 제목인 ‘케이크와 맥주’는 물질적 쾌락, 혹은 삶의 유희를 뜻하는 관용구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에 등장합니다.
이 장면이에요. 올리비아의 집에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흥청거리는 앤드루 경과 토비 경에게 집사 말볼리오가 소란을 멈추라고 다그치자, 토비 경이 다음과 같이 응수하지요.
“자네가 도덕적이라고 해서 케이크와 맥주가 더는 안 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