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외문학팀 이정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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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다음 글은 장 그르니에 선집의 첫번째 작품, <섬>을 추천하는 편집자의 레터입니다. 많은 분들이 입을 모아 **‘공원에 누워 읽고 싶은 책’**으로 꼽아주셨는데요. <섬>의 매력, 함께 읽어 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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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

민음사 해외문학팀 이정화 편집자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장 그르니에 작가님이 쓴 **『섬』**입니다.

알베르 카뮈가 사랑한 작품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기도 해요. 카뮈는 스승을 위해 이 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는데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그러니 이 책을 펼쳐 보는 우리 모두는 카뮈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다정한 벗이 되어 준 참 스승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학생 시절, 그르니에 같은 스승을 만났다면 내게 많은 변화가 있었겠구나. 카뮈는 정말 멋진 스승을 만났구나.’ 왜냐고요. 그르니에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훈계하려 들지 않아요. 그저 다정한 벗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상대를 찬찬히 살피고는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챙겨 줍니다. 그르니에를 처음 맞닥뜨린 카뮈가 그를 마치 꼰대어른(?)의 대변자라도 대는 양 불신하는 표정과 몸짓을 보여도, 그는 그런 카뮈가 왜 그러는지를 먼저 살폈어요. 카뮈가 자신을 드러내는 대상으로 글쓰기를 택한 뒤에는 지면을 소개하거나, 글에 대한 의견을 담뿍 주면서 작가 여정을 함께 걷지요. 그르니에는 카뮈의 가난과 불행에 대해 먼저 동정하거나 서툰 말을 던지는 대신 제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는 여백을 내어 주는 사람이에요.

그르니에의 글에 담긴 삶의 태도

이런 태도는 그르니에의 글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는 삶을 무조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아요. 자신의 경험을 과시하지 않으며 이웃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 그르니에는 삶 속에서 꾸준히 삶을 철학하며, 스스로의 나약함 속에서 강건한 삶의 희망을 찾아내지요. 일상에서 만난 이웃의 삶을 존중해 주며,(「이스터섬」) 철학자로서 인간 지성의 우월함을 동물에 비견하지 않고 오히려 동물이 지닌 사랑의 본성이 삶에서 가장 뛰어난 가르침임을 우리에게 알려 줘요.(「고양이 물루」) 그르니에의 에세이가 지닌 진정성은 관조와 관찰에서 드러나는데,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해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한다거나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채 그저 관심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봐요.’ 그는 그저 지켜보고 관찰하고 사유하지요.